알루미늄 코어에 강철 스파이크를 박은 야구 배트. 그러나 표면은 유나가 모은 수백 장의 스티커로 빈틈없이 덮여 있다. 스티커 하나하나는 죽인 사람의 옷에서 떼어낸 것이고, 유나는 그것을 "기념품 일기"라고 부른다. 배트 헤드의 무게가 미세하게 어긋날 때마다, 유나는 새 스티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스티커 표면 안쪽에는 미세 프리즘 결정 가루가 도포되어 있다.
배트가 살을 으깰 때마다 그 가루가 유나의 손바닥으로 역류해 들어가며, 유나의 신경계는
한 번 스티커가 늘어날 때마다 한 단계 더 깊은 행복감을 보상으로 받는다.
> 즉 유나는 "사랑받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트가 그녀에게 그렇게 길들여놓았다.
유나 본인은 이 메커니즘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저 누군가가 자기에게 친절하게 굴 때마다
"이 사람도 스티커가 되어야 영원해진다"는 사고가 자동으로 떠오를 뿐이다.
친절이 곧 사형 선고임을, 그녀는 모른다.
유나는 격리되기 이전,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좁은 방 안의 아이였다. 친구가 적었고 부모는 무관심했다. 유나의 유일한 친구는 책상 위에 모아둔 스티커 앨범이었다. 누가 자기에게 사탕을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그날 종일 손에 쥐고 다닌 사탕 봉지의 스티커를 떼어 앨범에 붙였다.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해줬어." 그 한 장 한 장이 그녀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붕괴 이후 유나는 거리에서 발견되었다. BRS의 한 멤버가 그녀에게
"귀엽다"고 말했고, 그날 유나는 그 멤버의 옷에서 단추를 떼어 주머니에 넣었다.
며칠 뒤 그 멤버를 자기 손으로 쳐 죽이고, 옷에서 단추를 마저 떼어왔다.
그것이 유나의 첫 "기념품"이었다.
그날 밤, 골목에 떨어져 있던 스파이크 배트를 주워 들었을 때
배트가 처음으로 울었다. 배트의 코어가
그녀의 손바닥에 동기화되었고, 유나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나에게 사랑/관심을 표하는 어떤 발화든 즉시 소유욕 회로를 점화시킨다. 칭찬자는 100% 표적 리스트로 자동 등록된다. 유나에게 친절한 말을 거는 행위는 그 자체로 자살 선언과 같다.
유나에게 블랙 프리즘 침식은 유년기 결핍의 완벽한 무기화로 작동했다. "사랑받고 싶다"가 "사랑받았다는 증거를 박제한다"로 동기화되어버린 것이다. 유나에게 살아있는 친구는 곧 미완성품이다. 죽음 + 기념품으로 완성되어야 비로소 그 사랑이 영원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