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가 직접 설계한 모듈식 백팩형 해킹 장비. 겉모습은 평범한 게이밍 노트북 두 대를 척추 프레임으로 묶은 것에 가깝지만, 내부에는 프리즘 분쇄 코어 한 조각이 냉각 모듈 안에 봉인되어 있다. 그 조각이 신호를 증폭할 때마다, 제이는 격리 도시 내 모든 네트워크 트래픽을 "잘 차려진 식탁"처럼 한눈에 본다.
사이버 덱은 단순한 해킹 장비가 아니다. 프리즘 분쇄 코어는 데이터를 처리할 때마다
제이의 시상하부에 직접 도파민 신호를 흘려보낸다.
> 새 신상을 캘 때마다 제이는 마약을 한 번씩 맞는 셈이고, 그래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진짜 무서운 건 표적의 정보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 축적될 때다. 제이가 표적의
모든 검색 기록·통화·심박수까지 알게 되는 순간, 코어는 표적의 행동 패턴을 예측해
제이의 머릿속에 "다음 순간의 그 사람"을 미리 보여준다.
제이가 "후후, 또 털었네"라고 웃을 때, 사실 제이는 그 사람의 미래를 30분 앞서 보고 있다.
제이는 격리되기 이전 도시의 키 작고 말 없는 컴퓨터 영재였다. 학교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외출보다 방 안에서 화면 너머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더 편했고, 어릴 적부터 SNS와 게시판에서 남들의 생활을 한 줄 한 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외롭지 않았다 — 그녀는 모두를 알고 있었으니까.
붕괴 이후 격리 도시의 통신망은 죽지 않았다. 단지 듣는 사람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 빈 채널을 처음으로 점령한 것이 제이였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트래픽이
한 명의 어린 해커에게 전부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NULL-TRACE는 그녀를 채용한 게 아니다. 그녀가 NULL-TRACE를 정의했다.
BRS 간부들이 그녀의 단말을 처음 들여다봤을 때, 화면에는 그들 자신의
개인 이력서가 이미 정렬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누구도 제이의 의자 뒤에 서지 않는다.
제이가 한 표적을 "재미있다"고 판정하는 순간, 그 사람의 디지털 사망 선고가 발급된다. 은행 잔고·통신 기록·심박 패턴까지 5분 안에 전부 그녀의 손에 떨어진다. 물리적으로 격리해도 신호 한 줄만 새도 사상자가 발생한다.
제이에게 블랙 프리즘 침식은 유년기 외로움의 무기화로 작동했다. "사람을 본다"가 "사람을 가진다"로 동기화되어버린 것이다. 제이는 표적이 도망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표적이 자신을 잊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가끔, 일부러 "들킨 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