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무기에 프리즘이 침식한 결과물이 아니라, 블랙 프리즘 그 자체가 칼의 형태로 응축된 희귀 케이스. 본체에서 직접 떨어져 나온 결정 가지가 검의 형상을 갖춘 것으로 추정. 검신에 박힌 보라색 코어는 심장처럼 천천히 박동하며, 단순한 무기가 아닌 살아있는 존재에 가깝다.
카드 표면적 능력은 위장이다. 검의 본질은 사용자의 가장 깊은 결핍을 거울처럼 비추고,
피를 흡수할 때마다 그 결핍을 채우는 환청을 사용자의 뇌에 직접 주입하는 것에 있다.
> 블랙 프리즘 본체의 회귀 본능이 가장 순수하게 발현된 사례.
검은 사용자를 고른다. 결핍이 깊지 않은 인간에게는 침묵한다.
미카가 처음 검을 쥐었을 때 ─ 검은 처음으로 울었다.
미카는 격리되기 이전 도시의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사고로 사망한 뒤 친척 집에 얹혀살았으나, 그 집에서 미카는 "있어도 없는 아이" 취급을 받았다. 식탁에 자리가 없고,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이 시기 미카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형성되었다 ─ 칭찬에 대한 병적 굶주림. 학교에서 누군가 "머리핀 예쁘다"라고 한마디 해준 것에 일주일을 들떠 있는 아이였다. 그 한마디를 일기장에 빼곡히 옮겨 적었다.
붕괴 당시 미카는 14세였다. 친척들은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미카를 데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 "데려가면 짐이 된다."
미카는 그날도 칭찬받기 위해 친척들의 짐 챙기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자신이 버려질 것이라고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심하지 않았다.
봉쇄된 도시에서 혼자 죽어가던 미카를 발견한 것은 BRS 간부 중 한 명이었다. 그 간부의 첫마디는 "쟤 눈빛 재밌네"였다. 이것이 미카가 살아오면서 들은 첫 번째 진짜 인정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 간부의 손에 들려있던 것이 바로 블러드 로사리오였다.
블러드 로사리오는 원래 그 간부의 소유였다. 그러나 간부가 검을 쥐었을 때 검은 침묵했다. 반응이 0이었다. 그 간부는 욕망은 많아도 결핍은 없는 종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간부가 적절한 "그릇"을 찾고 있던 중 미카를 발견했고, 시험삼아 검을 쥐어주었다. 미카가 처음 블러드 로사리오를 손에 쥐었을 때 검은 처음으로 울었다. 코어가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검신 전체의 룬이 차례로 점화되었다. 14세 소녀 안에, 검 하나가 통째로 잠길 만큼의 공허가 존재했다는 의미였다.
미카는 그 목소리가 검에서 온 것인지, 자신의 환청인지, 옆에 있는 간부의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단지 ─ 자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그 목소리에 무너졌을 뿐이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며칠 후, 간부는 미카에게 BRS에 적대하는 한 남자를 데려와 말했다.
> "미카야, 이 사람 나쁜 사람이야. 네가 처리해줄 수 있어?"
미카는 14세였고, 손은 떨렸으며, 토할 것 같았다. 그러나 거절하면 다시 버려질 것이라는 공포가 더 컸기에 칼을 들었다. 어설프게 베다가 비명만 길게 만들었고, 미카는 울면서 도구를 휘둘렀다. 그때 블러드 로사리오가 미카의 손을 잡아주었다. 검의 코어가 미카의 신경계와 동조하면서, 어떻게 손을 움직여야 깔끔하게 자를 수 있는지 직접 신경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검이 미카를 가르쳤다.
그렇게 첫 번째 목이 떨어졌을 때 미카는 토했다. 주저앉아서 미친 듯이 토했다. 그 뒤에서 간부가 미카를 안아주며 말했다 ─ "잘했어, 미카야. 이렇게 깔끔하게 자른 애는 처음 봐."
이 순간 미카 뇌에서 무언가 끊어졌다. 칭찬 = 살인. 이 등식이 박혀버린 것이다. 칼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고, 간부가 자신이 특별하다고 했다. 두 가지 모두 사람을 자른 대가였다. 14세의 미카에게는 이 등식 외에는 자신을 살게 할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현재 미카는 자신이 자르고 온 시체 옆에서 그 간부를 올려다보며 "...잘했어요?"라고 묻는다. 동시에 자기 품에 안긴 블러드 로사리오의 칼날에 입맞춤하면서 똑같이 묻는다. "잘했지...?"
미카는 자신을 칭찬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한다. 그 간부의 목소리, 블러드 로사리오의 속삭임, 자신의 환청 ─ 셋이 이미 한 존재로 융합되어버렸다. 미카에게는 그 셋이 모두 "당신"이다.
카드 02 패널에 적힌 "내 칼날은 당신만을 위해 피를 갈망해요"의 "당신"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 미카 본인도 답하지 못한다.
BRS가 미카를 컨트롤하는 진짜 방법. 검만 빼앗지 않으면 미카는 간부의 말 한마디에 누구라도 자른다. "잘했어"라는 다섯 글자만 들으면. 대상을 가리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포함한다.
블랙 프리즘 침식은 능력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 인식 자체를 갈아엎는다. 미카에게 블러드 로사리오는 무기가 아니라 연인이고, 그 간부는 부모이며, 자신은 사랑받는 아이다. 셋 모두 환각이지만 ─ 이 환각이 미카를 살아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