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에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된 은 도금 9mm 권총. 총신 표면에는 라틴어로 "EGO ABSOLVO TE(너의 죄를 사하노라)"가 새겨져 있으며,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클로에는 그 한 줄을 입속으로 읊는다. 총구는 항상 가벼운 향유 냄새를 풍긴다 — 보라색 성유가 정기적으로 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경 9mm / 장탄 15+1 / 길이 220mm / 중량 1.1kg.
"보라색 성유"라 불리는 이 액체의 정체는 사실 프리즘 분쇄액의 희석본이다.
은제 탄두에 도포된 채로 발사되면, 명중 부위에서 미세 프리즘 결정이 표적의 신경계에 침투해
"용서받았다"는 환각을 0.4초 정도 작동시킨다.
> 즉 클로에에게 사살된 사람은 모두 짧게나마 안식의 환각 속에서 죽는다. 이것이 "신성한 처형"의 진짜 메커니즘이다.
클로에 본인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녀는 자기가 진심으로
죄인을 구원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 위에서, 그녀는 0.001초의 망설임 없이 다음 표적의 이마에 총구를 댄다.
클로에는 격리되기 이전 수도원에서 자란 고아였다. 어릴 적부터 누구보다 진심으로 신을 사랑했고, "구원받는 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매일 입속으로 외우며 자랐다. 수도원의 어느 사제도 그녀가 신앙심이 부족하다고 평한 적이 없다. 그녀의 신앙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 그래서 변질의 깊이도 그만큼 깊어졌다.
붕괴 후 FW 산하의 가짜 종교조직이 클로에를 회수했다.
"정화의 신성한 임무"라는 명분 아래 그녀에게 첫 권총을 쥐어준 사제는
본인이 가짜인 줄 알면서도 신을 연기하는 사이코패스였다.
그러나 클로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모든 처형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FW에게 클로에는 완벽한 도구다 — 의심이 0인 광신자.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은 곧 종교의식이며, 그 의식이 끝났을 때
그녀의 호흡은 평온하다. 위선이 가장 깊은 사람은 자기 위선을 모르는 사람이다.
클로에 앞에서 신을 부정하거나 신성한 이름을 가벼이 부르는 행위는 즉시 처형 사유로 분류된다. FW 본부조차 클로에의 신앙을 건드리지 못한다. 그녀의 광신은 통제 변수가 아니라 통제의 근거 자체다.
클로에에게 블랙 프리즘 침식은 유년기 신앙의 무기화로 작동했다. "신께 사랑받는다"가 "신께서 내 손가락을 빌려 죄인을 부르신다"로 동기화되어버린 것이다. 클로에는 한 번도 표적의 얼굴을 똑바로 본 적이 없다. 그녀에게 보이는 것은 "죄"이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